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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中期) 물가목표 2%에 미달 시간제·고령 근로자 늘고 세계화로 기업 경쟁 심화 성장-물가 상관관계 약해져 경기회복 확신하기 어려워…금리인상 속도 고민 많아져
이달 말 기준금리 인상이 유력하게 점쳐지는 가운데 내년 추가 금리 인상의 최대 변수로 저(低)물가가 부상하고 있다. 성장률 등 주요 경제지표는 호조를 나타내는데 물가 상승률은 좀체 오르지 않고 있어서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오는 30일 금리결정회의에서 경기 회복세를 근거로 17개월째 연 1.25%로 묶여 있는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지만 물가안정목표(2%) 달성에 애를 먹고 있어 내년 이후 통화완화 정책의 기조 전환이 예상보다 느리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1%대에 머물고 있는 근원물가 한은은 9일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를 통해 “선진국의 경우 경기 회복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물가 상승률은 낮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다”며 “한국도 성장세가 잠재성장률에 근접하는 수준으로 확대됐지만 근원물가 상승률(식료품·에너지를 제외한 물가 상승률)은 1%대 중반에서 크게 높아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성장과 물가 간 관계가 약해지는 현상이 선진국과 한국 모두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한은의 중기(中期) 물가안정목표는 2%다. 물가 상승률이 2% 정도는 유지돼야 한은이 전망하는 성장 궤도에 도달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근원물가 상승률이 올 들어 줄곧 1%대 초중반을 유지하고 있다는 건 경기가 아직 제 궤도에 오르지 못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경기 회복세가 기조적으로 뚜렷해졌다는 확신이 어려운 상황에서 저물가가 이어지면 금리 인상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성급한 금리 인상이 자칫 경기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이 있어서다.
원인은 노동구조·세계화·기대심리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 일본 유럽 등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 모두 저물가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한은은 성장과 물가 간 관계가 약화된 배경으로 △노동시장 구조 변화 △세계화에 따른 기업 간 경쟁 심화 △물가 상승 기대 약화를 꼽았다. 허진호 한은 부총재보는 “노동생산성 증가세가 둔화한 데다 임금협상력이 약한 시간제 취업자 비중이 늘고 인구 고령화가 가속화하면서 고용과 임금 간 관계가 약해졌다”며 “세계화 진전, 유통구조 혁신 등에 따른 국내외 경쟁 심화로 제품가격 상승도 제약됐다”고 말했다. 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적으로 장기간 지속된 저물가 등의 영향으로 물가 상승 기대가 낮아진 것이 성장·물가 간 연계성 약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은은 이런 구조적 요인 외에 경기적 요인도 영향을 준 것으로 파악했다. 성장이 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데 약 4~7분기 시차가 있다는 설명이다.
부쩍 고민 많아진 금통위원들 최근 들어 금융통화위원들은 저물가에 대한 고민을 부쩍 드러내고 있다. 윤면식 위원(부총재 당연직)은 지난 3일 서울대에서 열린 국제 콘퍼런스에서 “주요 선진국에서 경기 개선세에도 낮은 물가 수준이 지속돼 통화정책 완화 기조의 축소 시기와 속도를 결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8일엔 함준호 위원이 간담회에서 “실물경기가 뚜렷하게 회복하는데도 저물가가 지속돼 통화당국이 실물경기와 물가 중 선택을 강요받는 상황에 부닥칠 수 있다”며 현재 3년인 물가안정목표제 점검 주기를 늘리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중앙은행의 중앙은행’으로 불리는 국제결제은행(BIS)도 세계화와 기술 진보가 임금 상승을 억눌러 한동안 물가 상승률을 제약할 것으로 내다봤다. 각국 중앙은행이 결국 장기간 목표치를 밑도는 물가 상승률을 감안해 통화정책을 펴야 한다는 얘기다. 다만 저물가를 핑계로 금리 인상을 마냥 지연시키면 금융안정성과 거시경제에 해가 될 수 있다는 조언도 내놨다.
■ 물가안정목표제중앙은행이 일정 기간 달성해야 할 물가안정목표치를 미리 제시하고 이에 맞춰 통화정책을 운용하는 방식. 한국은행은 1998년 도입했으며 3년 단위로 물가안정목표치를 설정하고 있다. 2015년까지는 범위로 제시했지만 2016년부터 단일 수치로 제시하고 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출처 : 한국경제 http://news.hankyung.com/article/201711095389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