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갤러리
자료실
보도자료
Q&A
home > 커뮤니티 > 보도자료
중도금 집단대출은 사실상 건설사 채무…가계빚으로 보기 어려워
주춤했던 가계대출 급증세에 또다시 경고등이 켜졌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부동산 시장이 과열되면서다. 지난 5월에만 은행권 가계대출은 6조원가량 늘었다. 가계빚 추세가 심상찮은 조짐을 나타내자 문재인 대통령은 오는 8월까지 가계부채 종합대책 마련을 지시했고, 정부는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 가운데 한국만 가계부채 비율이 증가했다는 통계도 나와 문제의 심각성을 키우고 있다. 일각에선 숨겨진 자영업자 대출까지 포함하면 규모는 공개된 수치보다 훨씬 늘어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한국의 가계부채는 말 그대로 언제 터질지 모르는 뇌관일까.
중도금 집단대출 리스크 있나 주택담보대출의 23% 불과…담보·보증 확실
아파트 중도금 집단대출은 사실상 사업자금 대출이다. 한국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부지만 확보한 상태에서 아파트를 분양하는 선분양을 시행하고 있다. 완공 후 분양하는 후분양제 아래에선 공사비를 건설회사가 부담한다.집단대출은 부실 위험과 거리가 멀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담보가 확실한 데다 공기업인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보증까지 받고 있어서다. 절대규모도 많지 않다. 전체 가계부채 가운데 주택담보대출 비중은 50%를 밑돌고, 주택담보대출 중에서도 집단대출은 23%(약 130조원)에 미치지 못한다.건설사들은 또 집단대출 억제의 최대 피해자는 서민이라고 강조했다. 한 대형 건설사 대표는 “중도금까지 모두 확보한 상태에서 아파트에 청약할 수 있는 서민은 거의 없다”며 “집단대출을 죄는 것은 서민의 내집 마련을 막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자금력이 취약한 중소건설사 부도만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집단대출 규제로 이미 분양한 아파트의 중도금이 들어오지 않으면 건설사는 임기응변으로 자체 자금으로 공사를 진행한다. 내부유보금이 많지 않은 중소건설사들은 머지않아 한계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이미 분양이 끝난 현장 가운데 약 30%가 중도금 집단대출을 받지 못하고 있다.
한국만 가계부채 비율 올랐나 가처분소득 대비 5년새 21%P↑…스위스도 26%P↑한국의 가계부채가 경제 규모 대비 높은 편인 건 사실이다. 한국은행이 국제 비교가 가능한 자금순환통계(2015년 말 기준)를 기초로 한국의 경제 규모 대비 가계부채 총량을 추산한 결과 OECD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한국의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69.0%로 OECD 회원국(35개국) 중 25개국 평균(129.2%)보다 39.8%포인트 높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근 5년간 상황을 봐도 주요국과 다른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2010~2015년 이 비율의 OECD 평균치는 0.5%포인트 하락했다. 미국(-22.6%포인트), 영국(-11.8%포인트), 독일(-7.4%포인트)이 대표적이다. 이 기간 한국은 오히려 21.4%포인트 올랐다. 한국만 오른 건 아니다. 스위스도 이 기간 26.7%포인트 올랐다.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보면 한국은 91.0%로 OECD 평균(70.4%)보다 20.6%포인트 높다.
하지만 가계대출에는 중도금 집단대출이 포함돼 있다. 다른 나라들에 비해서는 가계대출 규모가 클 수 밖에 없다. 2014년 하반기 주택시장 개선과 맞물려 가계부채 증가 속도는 더 가팔라졌다. 지난해 말 기준 가계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53.4%에 달했다. 2014년부터 2년 새 17.2%포인트 뛰었다. 직전 2년간(2012~2014년) 이 비율은 3.3%포인트 상승했다.
한계가구 빚 얼마나 위험한가 금리 1%P 상승 때 원리금상환 부담 3.3%P 높아져한국신용평가가 통계청과 한국은행, 금융감독원이 집계한 가계금융·복지조사 데이터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가처분소득이 원리금상환액에 못 미치는 한계가구는 전체 금융부채 보유가구의 19.9%에 달했다.금융부채 보유가구가 약 1086만가구인 점을 감안하면 한계가구는 200만가구를 웃돈다. 금리 상승 때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집단도 한계가구다. 이 때문에 가계부실의 뇌관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들 한계가구가 보유하고 있는 가계빚은 80조원가량으로 추산된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대출금리가 1%포인트 상승했을 때 금융부채 보유가구의 처분가능소득 대비 원리금상환액 비율(DSR·2016년 말 기준)은 38.7%에서 40.4%로 뛴다. 이만큼 가계의 채무상환부담이 불어난다는 의미다. 한계가구는 이 폭이 더 크게 벌어진다. 지난해 말 127.3%에서 130.6%로 높아진다는 게 현대경제연구원의 분석이다.
숨겨진 가계부채 규모는 자영업자 670조 빌려…사업자대출은 가계부채서 제외금융감독원이 파악한 자영업자의 부채 규모는 약 670조원이다. 전체 가계부채(2017년 1분기 말 기준 약 1360조원)의 절반에 육박한다. 치킨집·커피숍 등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는 기업대출로 분류되는 사업자대출과 가계대출을 모두 받을 수 있다. 사업자대출을 받아 생활비 등 가계대출 용도로 사용할 수도 있다.장사가 잘되지 않으면 인건비·임대료 지출을 위해 일단 가장 싼 주택담보대출을 받고, 한도가 차면 신용대출이나 사업자대출을 받는 사례가 많다. 자영업자가 생활비 목적으로 빚을 내는 사업자대출은 가계부채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실제 가계부채 규모는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은행권 자영업자 대출은 연평균 10.7% 증가했다. 일반 원화대출 연평균 증가율(6%)보다 4%포인트 이상 높다. 한국기업평가는 자영업자의 높은 폐업률과 처분가능소득 대비 부채 비율, 소득 저하 추세를 감안할 때 내수 침체가 이어지고 금리 상승이 본격화하면 건전성이 빠르게 악화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자영업자 대출은 건당 금액(1억3400만원)이 주택담보대출(8600만원)이나 개인신용대출(1800만원)에 비해 고액이기도 하다.
오세진 산업은행 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소득 수준이 낮은 계층은 작은 충격에도 연쇄 도산 우려가 커 경제 전반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크다”며 “소득 수준별로 가계부채 현황 파악과 대책 마련에 차별성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선/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출처 : 한국경제 http://news.hankyung.com/economy/2017/06/05/2017060540071 >